혼자만의 삶을 사는 주인공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그들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시설에서 자란 켈리는 어린 나이에도 밖을 나서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제대로 된 친구조차 사귀지 못했다. 그녀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것은 제한된 공간 안에서 자신과 똑같은 처지의 아이들과 함께 인형처럼 지내는 것뿐. 그마저 작은 실수 하나만으로도 얼마든지 빼앗길 수 있는 작은 행복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어린 시절 있었던 시설의 여파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며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구축하지 못한 켈리는 사람들을 마주칠 일이 거의 없는 사는 이가 본인 뿐인 구석진 빌라 단지에서 지내며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조용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초능력자의 남자를 만나다
그때 그녀의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는 것인지 불길하게 전등이 고장 나 버리고 전등이 무사한지 확인하는 사이 우연히 이웃집을 보게 되었다. 오랫동안 누구도 들어오지 않았던 건너편 빈방으로 한 남자가 입주했던 것인데 그 남자는 이사 온 이래 처음으로 생긴 이웃이었고 자의로든 타의로든 아싸를 자처하던 켈리는 그와 한마디 말도 섞지 않은 사이였지만 이미 내적 친밀감이 상당히 쌓여 있었다. 왠지 모르게 눈이 가는 남성의 모습에 멍하니 바라보던 중 자기 행동이 상당히 실례라는 것을 알고 정신을 차려 시선을 돌렸다. 다만 그날부터 한 번씩 곁눈질로라도 이웃집을 살펴보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날도 어김없이 내적 친밀감을 쌓아가던 중 남자가 잠시 집을 비우고 처음으로 밖을 나서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는 밖에서 걸어가던 중 커피를 옷에 쏟자 그 남자의 집으로 순간 이동하는 믿을 수 없는 놀라운 장면을 보게 된다. 곧이어 이웃집에 사는 남자가 초능력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음날부터 켈리는 남자의 행동을 지켜보는 것에 더욱 혈안이 되었고 결국 외출할 때 그의 뒤를 쫓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거 사실 평범한 여성이 스토커로 진화하는 광정을 보는 느낌이긴 한데 남자 역시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이상 수없이 많이 겪어봤을 만한 불편한 시선을 느꼈고 점차 발걸음이 빨라졌다. 남자가 켈리의 존재를 눈치챈 뒤로는 어떤 장소로든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그의 뒤를 대놓고 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켈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또다시 전구가 나가버렸고 착잡한 마음과 함께 전구를 쓸어 담던 중 운 좋게도 같은 가게에서 남자를 발견한다. 하지만 부족한 사회성과 마찬가지로 말주변 역시 부족했던 것인지 켈리는 그 남자에게 다짜고짜 어떻게 순간 이동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자 당황을 금치 못한다. 글로만 배운 입담으로는 숱한 위기를 헤쳐온 남자의 말발을 이길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밀어붙인다 한들 자신이 초능력자라고 밝힐 리가 없었으니 결국 확실한 증거 확보하기 위해 몰래 촬영하게 된다. 그렇게 여러 의미로 보람찼던 하루를 마치고 종일 녹화된 영상을 돌려보는데 남자는 켈리의 행동을 예상한 것인지 이전과 같이 훤히 보이는 거실에서의 활동을 확연히 줄이고 베란다에서 떨어져 생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자기 모습에 실망했을 켈리까지 손바닥 위에 있는 것처럼 훤히 꿰고 있었다. 언제든 자신의 뒤를 노릴 수도 있는 순간 이동 능력자를 상대로 나름대로 용기를 낸 행동이었지만 자꾸만 전구를 깨 먹는 범인을 찾아낸 것 외에는 별다른 수확이 없었다. 남자 역시 괴로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경멸과 두려움의 시선을 받으며 겨우 이어가고 있는 자신의 평온한 삶을 깨뜨리는 켈리는 눈에 거슬릴 수밖에 없었다. 이젠 집착을 넘어선 일종의 광기로 느껴지는 켈리의 시선. 무엇이 이토록 그녀를 몰아붙이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남자가 본인의 힘을 밝히지 않는 것에 마치 화가 난 듯했으며 마지막으로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초강수를 둔다.
그의 능력을 확인하는 켈리
그녀는 5층 자신의 베란다에서 그가 잘 볼 수 있도록 의자에 올라서서 서서히 눈을 감는다. 그리고 두 팔을 벌려 다이빙을 하듯이 아래로 떨어지고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목숨을 그에게 맡긴다. 사실 켈리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어떠한 행동을 하든 그가 나타나 구해줄 것이란 사실을 말이다. 켈리가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빼도 박도 할 수 없는 증거였으며 그녀가 그토록 남자가 순간이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집착한 이유이고 정확하게는 남자가 초능력자라는 사실을 스스로 밝히는 것에 집착했던 이유가 드러났다. 바로 같은 마음과 고통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를 얻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이 둘은 가장 소중한 첫 번째 인연을 맺으며 영화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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